코로나 위기 속 빛난 ‘K-진단키트’…전 세계 러브콜 쇄도

지난 3월 26일 오후. 샤픽 라샤디 주한 모로코 대사가 코로나19 진단키트 개발·생산업체인 ‘오상헬스케어(대표 이동현)’를 직접 방문했다. 신속성과 정확성을 인정받고 있는 한국의 진단키트를 구매해 모로코 국민들에게 하루빨리 제공하기 위해서였다.


▲ 이동현 오상헬스케어 대표가 지난 3월 26일 샤픽 라샤디 주한 모로코대사와 모로코에 코로나19 진단키트를 수출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샤픽 라샤디 대사는 이동현 대표에게 유전자 증폭(RT-PCR) 방식인 코로나19 진단키트 10만명 분량을 요청했고, 이 대표는 계약 체결과 동시에 별도로 1만명 분량의 진단키트를 무상으로 기부하기로 약속했다.


이렇게 시작된 첫 물꼬는 90만명 분량의 진단키트를 수출하는 ‘경제 교류’에서 재외국민 귀국을 위한 가교 역할로까지 확장됐다. 당초 한국산 진단키트를 수입하기 위해 화물기만 투입하려 했던 모로코 정부는 모하메드 6세 모로코 국왕의 지시로 특별기까지 투입해 모로코에 고립됐던 한국인들의 귀국길을 두차례나 터준 것이다.


외교가 안팎에서는 “모로코 정부가 자국 전세기로 다른 국가의 국민의 이송을 지원한 사례로 이례적”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이동현 대표도 이를두고 “K-방역이 갖고 있는 파급력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라고 설명했다.


▲ 오상헬스케어 연구원이 증폭시약을 분주하고 있다.

오상헬스케어는 지난 3월 19일 이탈리아를 시작으로 네덜란드, 프랑스 등 유럽 다수 국가와 미국, 러시아,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약 30여개국 이상 국가에 1000만명 분량의 진단키트를 수출했다. 40여개국 이상은 현재도 정부 및 협력사와 활발하게 수출 협상을 진행중이다.


오상헬스케어가 개발한 진단키트 진파인더 코비드-19 플러스 리얼앰프(GeneFinder™ COVID-19 Plus RealAMPKit)는 정확성을 높인 분자진단 방식이다. 가래 등 호흡기 검체를 채취한 뒤 거기에 핵산 추출 시약을 넣고 유전자증폭(PCR)을 통해 확진 여부를 판정한다. 


코로나19 특이 유전자(E gene, RdRp gene, N gene)를 모두 검출할 수 있어 검사 정확도가 높고, 한 개의 튜브만으로 검사가 가능해 대량검사를 효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것이 강점이다.


이 대표는 “지난해 연간 전체 매출이 500억원대 였지만 3월부터 5월까지 진단키트 수출만 1000억원에 달한다”며 “지난달에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코로나19 진단키트의 긴급사용승인도 받아 수출 물량은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시간 유전자 증폭검사(RT-PCR)로 보통 1~2일 걸리던 검사를 2~6시간으로 대폭 줄인데다, 수십만 건이 넘는 검사를 통해 안전성도 충분히 검증한 것이 깐깐한 FDA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통상 FDA 승인은 1년에서 1년 6개월의 시간이 걸리지만 오상헬스케어는 까다로운 FDA의 관문을 한달여만에 통과했다. 직원들이 한달여동안 밤을 새가며 기민하게 대응한 것이 주효했지만, 한국 방역에 대한 국제사회의 인식이 달라진 것도 영향을 끼쳤다.


지난 3월 24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문재인 대통령과의 전화통화에서 “한국이 코로나19 대응을 굉장히 잘하고 있다”며 “의료장비를 지원해 달라”고 요청하며 FDA 승인을 앞당길 수 있음을 암시한 바 있다.


이에따라 지난 4월 오상헬스케어를 선두로 현재까지 FDA의 긴급사용승인을 받은 국내 진단기기 기업은 씨젠, SD바이오센서 등 9개사로 늘어났다.


▲ 오상헬스케어는 지난 4월 FDA로부터 코로나19 진단키트 긴급사용승인을 받아 미국 수출을 본격화할 수 있게 됐다.

이 대표는 “사실 분자진단 방식의 진단키트를 개발한 나라는 많지만, K방역 모델이 세계의 주목을 받으면서 국내산 의료기기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고, 정부도 절차 간소화와 해외진출에 적극 나서주면서 국내 기업들이 성과를 낼 수 있었다”며 “타국에서 만든 진단키트의 검사 정확도에 문제가 생긴 것으로 인한 반사이익 효과도 상당했다”고 진단했다.  


그렇다고 정부가 국내산 진단기업들의 해외수출을 위해 절차 간소화만을 전면에 내세운 것은 아니었다. 

이 대표는 “3월에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해외수출용 허가를 받기까지 FDA만큼이나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야 했다”며 “과정은 어려웠지만, 정부의 깐깐한 눈높이를 맞춘 덕분에 초기 제품이 해외 시장에서도 호평을 받으며 재구매율로 이어질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고 설명했다.


다만 감염성 질환이 갖는 특성상 코로나19 진단키트로 인한 매출 상승은 일시적인데다 백신이 개발되면 진단키트 수요에도 영향을 끼치는 만큼 후속 모델 개발에 대한 고민도 적지 않다.


이 대표는 “백신이 나와도 혈액으로 항체가 제대로 생겼는지 여부를 검사할 수 있는 항체 래피드 검사 등 후속 개발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며 “진단키트산업이 코로나19 사태가 종식된 이후에도 성장하기 위해선 기업 스스로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정부의 지원과 정책적 배려도 반드시 뒷받침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를 위해서는 “기업들의 연구개발 투자와 우수 인력 채용 등 기반 인프라 육성이 시급하다”며 “여기에 정부차원의 바이오, 진단기업에 대한 대규모 투자와 협력, 인허가 부분 간소화 등을 통해 빠른 시간 내에 시장에 접근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사태가 불러온 ‘방역 한류’로 최근 진단키트의 수출이 급증하긴 했지만 여전히 국내 체외진단 시장의 90% 이상은 다국적 기업이 차지하는 것이 현실이다. 진단기기 기업들이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책을 요구할 수 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 대표는 “시장을 예견하고 변화에 대응하면서 리드할 수 있는 경쟁력을 갖춘 제품을 개발하려면 막대한 예산이 소요된다”며 “정부의 적극적인 투자와 정부가 구축한 인프라를 활용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준다면 좀더 빠른 신제품과 신기술 개발이 이뤄질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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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