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 그레이엄 – 우리가 버려야 할 습관(2/2)

내가 와이 컴비네이터에서 스타트업 창업자들에게 조언을 주기 시작한 이후, 나는 특히 젊은 창업자들이 문제를 과도하게 복잡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들은 이렇게 묻습니다. 어떻게 투자를 받나요? 벤처 투자자들이 투자를 하게 하려면 어떤 비법(trick)을 써야 할까요? 나는 이렇게 설명합니다. 벤처 투자자들이 당신에게 투자하게 만드는 가장 좋은 방법은 당신에게 하는 투자가 실제로 좋은 투자가 되게 만드는 겁니다. 당신이 나쁜 스타트업을 가지고 있음에도 어떤 비법을 써서 투자자로 하여금 투자하게 만든다면, 당신은 당신 자신 또한 속이는 것입니다. 당신은 투자를 요청한 그 회사에 당신의 시간을 투자하고 있습니다. 만약 그 투자가 좋은 투자가 아니라면, 당신은 왜 그 회사에 있는 건가요?




그들은 아, 하고 내 말을 곱씹은 다음 다시 이렇게 묻습니다. 어떻게 해야 좋은 투자가 되게 만들 수 있나요?

나는 투자자의 눈이 아니라 실제로 스타트업의 가능성을 알 수 있는 것은 바로 성장이라고 말합니다. 이상적으로는 매출에서, 그렇지 않으면 사용량에서 성장을 해야 합니다. 그러니 사용자가 늘어나야 합니다.

그럼 어떻게 해야 사용자가 늘 수 있을까요? 그들은 이를 위해 여러가지를 말합니다. 많은 이들에게 “노출”될 수 있는 행사를 이야기하고, 영향력 있는 사람들이 자신의 서비스를 언급해야 된다고 말하며, 심지어 서비스를 화요일에 출시해야 사람들의 관심을 가장 많이 받을 수 있다고도 말합니다.

아닙니다. 나는 설명합니다. 그건 사용자를 늘이는 방법이 아니에요. 사용자를 늘이는 유일한 방법은 정말로 훌륭한 제품을 만드는 것입니다. 사람들은 그 제품을 사용할 뿐 아니라 자신의 친구들에게 추천할 것이며, 당신은 기하급수적인 성장을 할 수 있을 겁니다.

내가 창업자들에게 한 이야기, 곧 좋은 제품을 만들어서 좋은 회사가 되어야 한다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조언으로 보일 겁니다. 그러나 이 말에 대해 그들은 마치 상대성 이론을 처음 들었을 때 많은 물리학자들이 보였을 법한, 그 조언이 가진 명백한 천재성에 대한 놀라움과 그러면서도 그렇게 이상한 말이 답일 리 없다는 의심이 섞인 그런 반응을 보입니다. 그들은 의무적으로 내게 알았다고 답하면서도, 다시 묻습니다. 혹시 이러 이러한 유명인을 소개시켜줄 수 있나요? 그리고 우리는 화요일에 제품을 출시하고 싶어요.

창업자들이 이 단순한 교훈을 받아들이기까지는 때로 몇 년의 시간이 걸립니다. 이는 그들이 게으르거나 어리석기 때문이 아닙니다. 그저 자신의 눈 앞에 있는 것을 보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나는 내 자신에게 물었습니다. 왜 그들은 모든 것을 그렇게 복잡하게 생각할까? 그리고 어느 날, 나는 이 질문이 그저 수사적인 질문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왜 창업자들은 자신들의 눈 앞에 있는 답을 두고 엉뚱한 곳에 신경을 쓰는 걸까요? 이는 그들이 그렇게 하도록 훈련받았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학교에서 시험을 통과하기 위해서는 꼼수를 써야 한다고 배웠습니다. 사실 그런 말을 구체적으로 들을 필요도 없이, 그들은 시스템을 통해 이를 배웠습니다. 젊은 이들일수록, 최근에 학교를 졸업한 이들일수록 이들은 인위적이지 않은 시험을 경험해본 적이 없습니다. 그들은 세상이 이렇게 돌아간다고 생각합니다. 곧, 어떤 종류의 문제가 발생하든, 그 문제를 해결하는 꼼수를 찾는 것이 세상을 사는 요령이라는 생각하는 것입니다. 모든 대화는 어떻게 투자를 받느냐로 시작하며, 이는 그 문제를 하나의 시험으로 보기 때문입니다. 와이 컴비네이터의 마지막 단계에서 각 팀은 투자금을 받게 되며, 그 숫자가 높을 수록 더 성공한 팀으로 여겨집니다. 이는 그들에게 시험으로 보여질 수 밖에 없습니다.

물론 꼼수를 써서 시험을 통과하는 방식으로 돌아가는 세상도 있습니다. 이는 학교에만 존재하는 문제가 아닙니다. 어떤 이들은 심지어, 자신이 가진 사상 때문에 혹은 무지 때문에, 스타트업 세상 또한 이렇게 돌아간다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스타트업에 관한 가장 충격적인 사실은 이 세상에서는 그저 일을 잘 하기만 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모든 영역에서 그렇듯, 특별한 예외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사용자들은 그 제품이 자신의 요구를 만족할 때 그 제품을 사용하게 됩니다.

창업자들이 스타트업을 과도하게 복잡하게 생각하는 이유를 이해하는데 이렇게 오랜 시간이 걸린 이유는 무엇일까요? 이는 나 역시 학교가 사람들로 하여금 꼼수를 써서 시험을 통과하도록 훈련시킨다는 생각을 구체적으로 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사실 나도 마찬가지 였습니다! 나 역시 그런 훈련을 받았고 수십 년이 지날 때까지 이를 깨닫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나는 내가 꼼수에 익숙해져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그 이유는 알지 못했습니다. 예를 들어, 나는 대기업과 일하는 것을 피해 왔습니다. 누군가가 그 이유를 물으면 나는 그들은 진짜 일을 하지 않는다든지, 아니면 너무 관료주의적이라고 답했습니다. 아니면 그저 그들을 싫어한다고 말했지요. 나는 내가 대기업을 싫어했던 이유가, 그들과 일할때 꼼수를 써서 시험을 통과하듯 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을 전혀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내가 스타트업을 좋아했던 이유도 마찬가지입니다. 스타트업은 꼼수가 불가능한 시험입니다. 하지만 이 점 역시 지금까지 나는 구체적으로 깨닫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지금의 나는 어쩌면 어떤 정답을 가진 문제에 대해 반복적으로 조금씩 정답에 접근하는 방식으로 답을 찾아온 것과 비슷합니다. 곧, 나는 내가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어떤 문제에 꼼수로 접근하는 습관을 서서히 버려 왔습니다. 학교를 막 졸업한 이가, 이러한 문제점을 그저 내 말을 이해하는 것만으로 버릴 수 있을까요? 적어도 시도해볼 가치는 있습니다.

이 문제를 구체적으로 이야기하는 것만으로 어느 정도는 해결이 가능합니다. 이는 우리가 이를 당연하게 여기고 있다는 사실에서 그 시스템이 가진 힘의 상당 부분이 나오기 때문입니다. 일단 이 문제를 이해하기만 한다면, 당신은 마치 방안에 감쪽같이 위장된 코끼리가 예전부터 있었다는 사실을 깨닫는 것처럼 어디에서나 이 문제를 보게될 겁니다. 이 문제는 너무나 오래된 것이고, 그래서 세상 어느 곳에나 존재합니다. 한편으로, 이 문제는 이를 그저 무시해온 결과이기도 합니다. 누구도 세상이 이렇게 되기를 바라지는 않았습니다. 이는 공부와 성적, 경쟁을 결합한 다음 여기에 어떤 꼼수는 없을 것이라는 천진난만한 생각이 결합하면서 발생한 문제일 뿐입니다.

내가 가장 의문을 가졌던 두 가지 현상 – 인위적인 고등학교 생활과 창업자들이 명백한 진리를 보지 못하는 것 – 이 사실 같은 이유 때문임을 알게되는 것은 매우 충격적인 경험이었습니다. 이렇게 커다란 문제를 이렇게 뒤늦게 깨닫게 되는 일은 매우 드물게 일어납니다.

이런 종류의 깨달음은 여러 영역에 또다른 시사점을 주며, 이 경우에도 그렇습니다. 예를 들어, 우리는 이를 바탕으로 교육이 어떻게 더 나아질 수 있는지를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또, 대기업들이 왜 스타트업처럼 일하지 못하는지에 대한 답을 제시할 수 있습니다. 나는 지금 이 모든 이야기를 쓸 생각은 없습니다. 지금 내가 말하려 하는 것은, 이 사실이 각 개인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가 하는 것입니다.

우선 이 사실은 갓 대학을 졸업하는 뛰어난 이들이 그들이 아마 버리고 싶어할 습관을 가지고 있음을 말해줍니다. 또한, 세상과 일을 바라보는 방식을 바꾸어야 한다는 사실도 알려줍니다. 온갖 다양한 종류의 직업에 대해 그들이 하는 일이 얼마나 흥미로울까 하는 모호한 질문을 던지는 대신, 그 직업을 분류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흥미로운 질문을 던질 수 있습니다. 바로, 그 직업에서 얼마나 꼼수를 써서 시험을 통과하듯 일을 해야 하는가 하는 질문입니다.

만약 그런 수준 낮은 시험을 빠르게 파악할 수 있는 기준이 있다면 도움이 될 겁니다. 그런 방법이 있을까요? 있습니다.

시험은 두 종류로 나눌 수 있습니다. 누군가 어떤 권위를 가진 세력에 의해 만들어지는 인위적인 시험과 그렇지 않은 시험입니다. 후자는 그 시험이 판단하는 것 자체가 그 시험의 결과이기 때문에 본질적으로 꼼수가 불가능합니다. 예를 들어, 축구 경기는 누가 이번에 이길 것인지를 보는 시험일 뿐, 어떤 팀이 더 좋은 팀인지를 보는 시험이 아닙니다. 때문에 해설자들은 종종 이번에는 더 잘하는 팀이 이겼다고 말합니다. 반면, 누군가에 의해 만들어지는 시험은 실제로 확인하고자 하는 것의 대용품(proxy)인 경우가 많습니다. 학교에서 치르는 시험의 결과는 그 시험을 얼마나 잘 쳤는지를 확인하는 것을 넘어, 그 과목에서 얼마나 많은 것을 배웠는지를 확인하는데 쓰입니다. 자연적인 시험은 본질적으로 꼼수가 불가능한 반면, 이런 인위적인 시험은 꼼수가 불가능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큰 노력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대체로 그렇지 않으며, 따라서 수준 낮은 시험이란 바로 누군가에 의해 만들어지는 시험이라 말할 수 있습니다.

이런 시험에 꼼수를 써서 이기는 것을 좋아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 사람들도 분명 존재합니다. 하지만 나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지 않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저 세상이 원래 그런 것이라 생각했기에, 학교를 그만두고 자유로운 예술가의 길을 가기 어려웠기에 받아들였을 뿐입니다.

어쩌면 사람들은 이런 수준 낮은 시험에서 꼼수를 써서 이기는 것이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비결이라고 생각할지 모릅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예전에는 그랬습니다. 20세기 중반까지, 소수의 부유층이 경제를 독점하고 있을때, 많은 돈을 벌기 위해서는 그들이 하는 게임에 참여하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습니다. 이제 그저 일을 잘 하는 것 만으로 부자가 될 수 있으며, 바로 이 점이 예전보다 사람들이 부자가 되는 것에 더 거리낌이 없는 이유 중 하나입니다. 내가 어렸을때, 사람들은 엔지니어가 되거나, 신기한 것을 만들거나, 아니면 기업의 “임원”이 되어 돈을 많이 벌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지금은 신기한 것을 만드는 것으로도 많은 돈을 벌 수 있습니다.

권위를 가진 사람들과 실제 일의 관계가 약해질수록, 수준 낮은 시험에 꼼수를 써서 이기는 능력은 점점 덜 중요해질 것입니다. 지금 바로 이런 현상이 벌어지고 있으며, 이는 오늘날 일어나는 가장 중요한 변화 중 하나입니다. 스타트업이 가장 좋은 예이며, 글쓰기에도 비슷한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이제 작가들은 출판사나 편집자에게 글을 보내는 대신 바로 독자들에게 자신의 글을 읽힐 수 있습니다.

이 문제에 대해 생각할수록, 나는 점점 더 세상을 낙관 적으로 바라보게 됩니다. 이는 그것이 사라지고 나서야 그 때문에 우리가 얼마나 큰 손해를 보고 있었는지 알게 되는 그런 종류의 문제처럼 보입니다. 나는 지금 이 엉터리 제국이 무너지는 것을 상상할 수 있습니다. 수준 낮은 시험에 꼼수를 써서 통과하기를 원하는 지를 스스로에게 물으며 여기에서 벗어나는 사람들이 점점 더 많아질 때 어떤 일이 일어날지 생각해봅시다. 꼼수를 써야 하는 분야에는 재능 있는 사람들이 점점 메마르는 반면, 일을 제대로 해야 하는 분야에는 뛰어난 사람들이 넘쳐 나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꼼수가 덜 중요해질수록, 교육 시스템 또한 학생들을 그렇게 훈련하기를 멈추게 될 것입니다. 그런 세상을 상상해 봅시다.

이것은 그저 한 개인이 버려야 하는 습관이 아니라 이 사회가 버려야 하는 습관입니다. 그렇게 되었을 때, 이 세상이 넘쳐 날 에너지에 우리는 놀라게 될 것입니다.

1부로

(폴 그레이엄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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