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정책’의 귀환, 중국을 정조준해 산업정책을 꺼내 든 미국

[출처] newspeppermint

‘산업정책’의 귀환, 중국을 정조준해 산업정책을 꺼내 든 미국
2021년 9월 24일 | By: malecon | 경제, 세계 | (월스트리트저널, Greg Ip) 원문생략

미국은 오랫동안 정부 주도의 산업정책을 비효율의 전형이라며 비판해 왔습니다. 그러나 최근 반도체를 포함한 전략적 산업을 지원하는 수단으로 산업정책을 주목하고 있습니다.

미국과 서구 진영은 중국의 정부 주도 산업정책을 비판해왔습니다. 정부가 개입해 보조금 등 각종 특혜로 기업을 지원하는 행위를 중단하라고 요구했습니다.

그런데 이제 서구에서 중국의 산업정책을 따라가고 있습니다. 지난달 미국 상원은 반도체 제조 공장에 520억 달러(61조 원)에 이르는 막대한 규모의 보조금을 지급하는 안건을 통과시켰습니다.

민주주의 진영의 다른 국가들도 비슷합니다. 유럽연합은 글로벌 반도체 생산 점유율을 현재의 두 배 수준인 20%로 늘리겠다고 발표했습니다. 한국 정부는 650억 달러(76조 원)의 반도체 지원금을 투입할 계획입니다. 일본 정부도 아시아 데이터센터 허브를 구축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다른 나라에 필적할 만한 보조금을 지원할 것이라 발표했습니다.

반도체 제조 보조금은 미국과 유럽 정부가 육성하려는 전기차 배터리, 의약품 등 전략 산업에 대한 지원책 중 가장 대표적인 정책입니다. 글로벌 무역 모니터링 기관인 세계무역경보(Global Trade Alert)는 지난 10년 동안 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서방 정부의 개입이 급격히 늘었다고 밝혔습니다.

이런 변화는 미국과 유럽 정부가 국익에 중요한 산업을 시장에 자유롭게 맡기는 기존 정책에서 벗어나 정부가 자원을 집중해서 지원하는 “산업정책”을 받아들였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산업정책 옹호론자들은 미국이 초대 재무장관인 알렉산더 해밀턴(Alexander Hamilton)이 제조업을 육성하기 위해 관세를 활용한 것을 시작으로 어떤 형태로든 산업정책을 유지해 왔다고 주장합니다. 반면 비판하는 측은 자본시장에서 자유롭게 “승자가 결정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라고 지적합니다. 정부의 지원과 개입으로 예산을 낭비했던 초음속 여객기와 고속 증식 원자로의 사례를 들기도 합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글로벌 공급망이 무너지고 중국의 경제적 영향력이 높아지면서, 공화당인 트럼프 행정부와 민주당인 바이든 행정부를 막론하고 정부의 산업정책을 지지하는 목소리가 높아졌습니다. 과거 미국 관료들은 중국 정치와 경제가 성숙한 단계에 접어들면 경제에서 국가의 역할이 줄어들 것이라 예상했습니다. 그러나 지금 상황을 보면 이런 예측은 빗나갔습니다. 미국 정부가 개입해 미국 산업을 육성하지 않으면 중국이 핵심적인 산업을 지배하게 될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큽니다.

과거 벤처 투자자였으며, 반도체 지원 법안을 공동 발의한 마크 워너(Mark Warner, 민주, 버지니아) 상원의원은 이렇게 평가했습니다.

“중국 정부는 외국 기업이 중국 시장의 지배적인 사업자가 되는 것을 허용하지 않습니다. 자국 시장을 차지할 수 있는 특권을 중국 기업에만 허용하는 거죠. 중국 시장이 워낙 크다 보니 중국 시장만 장악하면 상당한 수준의 글로벌 점유율을 보장받습니다. 미국을 비롯한 시장경제 국가의 기업이 자국의 큰 시장을 확보한 중국의 거대 기업과의 경쟁에서 이기기는 결코 쉽지 않습니다.”

산업정책의 가장 큰 장애물은 정부가 기술 트렌드를 예측할 수 없다는 점입니다. 미국과 유럽 정부의 산업정책은 비효율적인 자원 배분과 예산 낭비로 귀결될지도 모릅니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미 중국에서 그런 결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Strategic and International Studies)의 스콧 케네디(Scott Kennedy) 연구원은 이렇게 평가합니다.

“미국이 중국 정부의 기업, 산업 지원책을 따라 하는 것은 오판입니다. 정부 지원금 중 상당액은 밑 빠진 독에 물을 붓듯 낭비될 것입니다. 과잉 투자와 낮은 수익을 유발할 뿐만 아니라 혁신을 저해할 수 있습니다.”

민주주의 국가들도 과거에는 정부 주도의 산업정책으로 산업을 이끌었습니다. 서유럽 국가들은 많은 기업의 지분을 정부가 보유했습니다. 일본의 통상산업성(MITI)은 대다수 주요 산업에 영향을 미쳤습니다.

그러나 민주주의 국가들은 최근 수십 년간 산업정책을 축소해 왔습니다. 유럽 정부들은 국영 기업을 민영화했고,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uropean Commission)는 국가의 직접적인 원조를 엄격히 제한했습니다. 일본 통상산업성의 영향력은 1990년대 규제 완화와 일본 거품경제의 붕괴를 거치며 크게 줄었습니다. 1990년대 중반 세계무역기구(World Trade Organization)가 출범하면서 정부가 자국의 선두 기업을 보호하는 것이 더 어려워졌습니다.

반면 중국은 산업정책을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1979년 시장 개혁에 착수하고, 1992년 이후 개혁을 더 확산했지만, 정부는 기업을 국유화하고, 대출, 정부 구매, 세제 혜택, 부동산 시장과 외국인 투자를 통제하며 국가 주도의 경제발전 모델을 유지했습니다. 2006년 이후 중국 공산당은 서구와 기술 패권 경쟁에 힘을 쏟고 있습니다.

중국 공산당의 기존 산업정책인 “중국제조 2025(Made in China 2025)”는 작년 “쌍순환(dual circulation)”으로 이름을 바꿔 달았습니다. 시진핑 주석은 쌍순환을 발표하며 중국의 대외 경제의존도를 낮추고 대외 경제에 미치는 영향력을 강화하겠다는 목표를 천명했습니다. 이는 다른 나라의 공세를 약화하기 위해 외국 기업의 중국 진출을 막겠다는 위협으로 해석할 수도 있습니다.

중국은 미국의 트럼프 행정부가 단행한 경제 제재 조치에 대응했습니다. 당시 미국 정부는 미국 기업이 화웨이(Huawei Technologies)에 핵심 기술을 수출하지 못하게 막았습니다. 일부 전문가들은 중국이 의료 장비 수출을 금지하는 방식으로 대응할지도 모른다고 전망했습니다. 이러한 우려에 따라, 미국도 중국처럼 산업정책을 펴야 한다는 여론이 만들어졌습니다.

존 코닌(John Cornyn, 공화, 텍사스) 상원의원은 마크 워너 의원과 반도체 지원 법안을 공동 발의했습니다. 코닌 의원은 이렇게 밝혔습니다. “우리가 추진하려는 산업정책은 시장주의자와 보수층이 선호하는 이전의 산업정책과 다릅니다. 이 정책의 목표는 중국의 시도를 봉쇄하고 미국의 공급망을 보호하는 데 있습니다.”

물론 현재 정부가 산업정책을 통해 개입할 수 있는 수단은 과거보다 줄었습니다. 일본 정부는 예외적인 경우에만 국가가 산업에 개입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리고 일본 경제산업성은 지난 6월 작성한 보고서에서 산업의 두뇌 역할을 하는 반도체는 에너지와 식량만큼 매우 중요한 분야이므로 국가가 개입해야 하는 예외에 해당한다고 설명했습니다. 미국과 중국의 대립 속에서 일본의 전략적 필요성과 자주성을 확보하기 위해 반도체가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2014년 EU는 경쟁을 왜곡하지 않는 범위에서 유럽의 공동 이익을 위한 중요한 프로젝트에 예외적으로 산업정책을 추진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유럽 배터리 동맹(European Battery Alliance)이 대표적인 사례로 꼽힙니다. 유럽 배터리 동맹은 전기차와 전력망에 활용하는 배터리를 개발하기 위해 600여 개 이상의 기업과 단체가 구성한 민관 컨소시엄입니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의 마로시 세프초비치(Maroš Šefčovič) 부위원장은 이번 시도를 “배터리 분야의 에어버스 프로젝트”로 표현하며 배터리의 중요성을 이렇게 강조했습니다.

“오늘날 전기차 베터리와 소프트웨어는 전기차의 전체 가치 중 절반 이상을 차지합니다. 자동차에서 가장 중요한 부품인 배터리를 자체 역량으로 만들 수 없다면 세계 최고의 자동차 생산 업체의 지위를 유지할 수 없습니다.”

미국 정부는 오랫동안 기초 연구개발을 폭넓게 지원해 왔습니다. 그 결과 대부분 제조업이 동아시아를 비롯한 해외로 이전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신기술 투자와 설계 분야에서 세계를 이끌어 왔습니다.

미국은 전 세계 태양광 기술 개발을 선도했지만, 태양광 패널 제조는 중국 기업이 지배하고 있습니다. 반도체 분야에서도 미국 기업이 전체 반도체 설계의 절반을 차지하지만, 제조 분야의 점유율은 12% 수준입니다.

미국 의회와 백악관의 산업정책 지지자들은 정부가 혁신을 촉진하는 역할에 머무르면 안 된다고 주장합니다. 미국의 정부가 제조업 부활에 앞장서야 한다고 요구합니다. 이들의 목표는 미국 내에서 공급망을 구축하고, 일자리를 만들고, 아웃소싱을 통해 중국으로 지적 재산권이 유출되지 않게 하는 것입니다.

지난달 백악관은 반도체, 배터리, 특수 광물, 의약품 등 4가지 산업의 자국 생산을 촉진하기 위한 다양한 정책을 제안했습니다.

전기차 배터리 제조업을 지원하기 위해 공적자금 대출, 세제 혜택, 연구개발 프로그램을 제시했습니다. 그리고 모터와 기타 장비의 핵심 재료인 네오디늄(neodymium magnets)의 해외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무역확장법을 근거로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했습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 법에 따라 철강과 알루미늄에 관세를 부과했습니다.

또한, 미국 내 리튬 배터리 공급망 구축 계획과 주요 의약품 생산망을 재건하기 위한 민관 컨소시엄 구축 계획도 발표했습니다.

각국 정부가 국가 주도 산업정책으로 회귀하면서 기업의 의사 결정도 복잡해졌습니다. 이미 미-중 무역전쟁으로 관세 부과와 수출 통제가 시행되고 있습니다. 기업 관계자들은 이전에는 비용과 고객, 공급망, 본사 접근성을 고려해 의사결정을 하면 됐지만, 이제는 생산을 현지화하라는 정치적 압력까지 생각해야 한다며 어려움을 토로했습니다.

지난해 트럼프 행정부는 대만의 반도체 제조사 TSMC(Taiwan Semiconductor Manufacturing Co.)가 세계 최대 규모의 반도체 공장을 애리조나에 설립하도록 설득했습니다.

당시 미국 국무부 경제 차관으로 TSMC와의 협상을 이끌었던 키스 크라크(Keith Krach)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우리는 미국 정부가 반도체 공급망 확보를 매우 중시한다는 의견을 전달했습니다. 그리고 미국 정부와 미국의 고객사들은 TSMC가 미국에서 반도체를 생산하기를 바란다고 설득했습니다. TSMC는 미국 공장 신설이 대만과 미국의 관계를 개선할 것이라는 점을 알고 있었고, 이는 미국의 국가 안보뿐만 아니라 대만의 안보를 위해서도 전략적으로 매우 중요한 사안이었습니다.”

TSMC는 애리조나 공장이 “미국 반도체 생태계의 핵심이며, 전략적 중요성이 매우 높다”고 평가했습니다.

크라크 차관은 트럼프 행정부가 반도체 지원 법안이 통과되도록 의회에 적극적으로 요구했다고 말했습니다. TSMC를 설득할 경제적 인센티브가 정치 논리 못지않게 중요했기 때문입니다. 다만, 상원을 통과한 이 법안은 아직 하원을 통과하지 못했습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인텔이 지난해 중국 다롄의 메모리 반도체 생산공장을 매각하려 했을 때 클라크 차관은 중국 기업에 공장을 넘기는 것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뜻을 인텔에 전달했습니다. 결국, 인텔은 이 공장을 한국의 SK하이닉스에 매각했습니다.

클라크 차관은 이렇게 평가했습니다. “중국 기업이 공장을 인수했다면 더 많은 금액을 지불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인텔은 국가에 대한 책임감을 보여줬습니다.” 인텔과 SK하이닉스는 이 사안과 관련해 답하지 않았습니다.

다국적 기업들은 이미 전 세계에서 생산 공장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고객 접근성을 제고하고 현지의 우호적 여론을 높일 뿐만 아니라, 무역 장벽을 피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한국의 2차전지 기업인 SK이노베이션은 한국은 물론, 중국, 헝가리에서 배터리를 생산해 중국과 유럽의 자동차 기업에 공급하고 있습니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2019년 미국 조지아주에 신규 공장 착공에 들어갔습니다. 조지아 공장에서 배터리를 생산해 포드(Ford Motor Co.)와 폭스바겐(Volkswagen AG)에 납품할 계획입니다.

그러나 한국의 경쟁사인 LG화학이 SK이노베이션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SK가 LG의 배터리 관련 영업 비밀을 침해했다는 이유였죠. 지난 2월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nternational Trade Commission)는 SK이노베이션의 영업비밀 침해를 인정하면서 LG화학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그리고 SK이노베이션이 배터리 부품을 미국 공장에 수입하는 것을 금지했습니다.

SK이노베이션은 바이든 행정부가 이 문제를 해결해주지 않으면 핵심 기술의 공급망을 확보하겠다는 미국의 계획이 차질을 받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또한, 중국은 이미 리튬이온 배터리를 선도하고 있으며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 점유율 80%를 목표로 매진하고 있다는 전망도 덧붙였습니다.

SK는 이렇게 주장했습니다.

“만약 이번 ITC의 부품 수입금지 조치에 따라 조지아 공장을 포기하게 된다면 중국의 2차전지 기업들이 SK가 당초 공급하려 했던 배터리 물량을 차지하게 될 것입니다.”

결국, 백악관은 지난 4월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합의를 이끌었고, 이에 따라 SK의 조지아 공장 건설은 차질 없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SK이노베이션 측은 이번 합의에 따라 조지아 공장을 예정대로 건설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리고 미국을 포함한 세계 각국이 전기차 현지 생산망을 매우 중시한다고 말했습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연방정부 업무용 차량을 미국산 전기차로 교체하는 목표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물론 조지아주의 배터리 공장만으로 미국 내 전기차 공급망 구축 목표를 달성하기 어렵습니다. 미국 자체 공급망을 완성하기 위해서는 리튬, 코발트를 포함한 핵심 원재료의 원활한 공급과 배터리 재활용 사업이 이뤄져야 합니다. 지난달 백악관이 발표한 “미국 핵심 산업 공급망 검토 보고서”를 보면, 현재 전 세계 리튬의 60%, 코발트의 72%를 중국이 공급하고 있습니다.

중국과 경쟁하는 산업을 지원하기 위한 미국과 동맹국의 시도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몇 가지 장애물이 있습니다. 우선 중국의 산업정책이 더 강할 뿐만 아니라, 산업정책의 경험도 더 많다는 점을 알아야 합니다.

중국의 산업 지원 수단은 훨씬 광범위할 뿐만 아니라, 정부가 어느 정도를 지원하며 어디까지 개입하는지 밖에서 명확히 파악하기도 어렵습니다. 따라서 중국이 자유무역 규범을 위반했다고 이의를 제기하기 까다롭습니다. 자유무역을 옹호하는 싱크탱크인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Peterson Institute for International Economics)의 채드 보운(Chad Bown) 연구원은 이렇게 평가했습니다. “중국은 알루미늄 원자재 수출을 제한해 중국의 알루미늄 제조업체들이 값싼 원자재를 공급받을 수 있도록 지원합니다.”

더구나 미국과 유럽의 정부는 국가가 기업을 소유하는 것 자체를 바람직하게 여기지 않습니다. 그러나 중국은 국영기업이 산업정책의 핵심입니다. 조지타운 대학의 신기술 안보연구소(CSET, Center for Security and Emerging Technology)는 중국 정부가 다수의 대형 국영기업을 지배하고 있으며,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1,741개에 달하는 산업지원기금(industrial guidance fund)을 운용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런 정부 주도 기금에 1조 6천억 달러(1,900조 원)에 달하는 자금을 투입할 계획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중국 정부는 국영기업과 관치 펀드를 통해 기업의 결정에 엄청난 영향력을 행사합니다. 정부 소유와 민간 소유의 경계가 모호한 구조입니다. 이렇게 공공 부문이 주도적으로 투자하면 서구의 민간 자본보다 손실을 오랫동안 감내할 수 있습니다.

선진국들이 포함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2014년부터 2018년까지 중국의 양대 반도체 기업인 SMIC(Semiconductor Manufacturing International Corp.)와 칭화유니그룹(Tsinghua Unigroup)에 대한 중국 정부의 지원이 기업 전체 매출액의 30%를 넘었다고 밝혔습니다. 다른 나라들도 반도체 공장 건설에 값싼 부지를 제공하고 세금을 감면해주지만, 중국만큼 많은 자금을 지원하는 나라를 찾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중국 정부가 산업정책에 소요하는 지출이 효과적인지는 여전히 불확실합니다. 중국의 반도체 기업들은 정부의 막대한 지원에도 불구하고 서구의 주요 경쟁업체에 크게 뒤처져 있습니다. 전략국제문제연구소의 케네디 연구원은 중국 정부가 국영 항공사인 중국상용항공기공사(Comac)에 490억~720억 달러(58조 원~85조 원)를 투입했지만, 에어버스와 보잉을 따라잡는 목표를 이루지 못했다고 평가했습니다.

물론 다른 나라들이 중국만큼 엄청난 수준의 지원금을 쏟아붓는다고 해도 진정한 공급망 자립을 달성하기는 쉽지 않을 것입니다. 이미 중국이 무수히 많은 제조업 공급 사슬을 장악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미국이 자립화를 추진하는 반도체만 해도 수익률이 낮은 조립, 패키징, 검사 공정은 중국 기업들의 점유율이 가장 높습니다.

그리고 정부가 지원 산업을 결정할 때 경제적인 성공 가능성보다 정치적인 요인을 고려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미국의 연방 당국은 정유업계에 대한 친환경 규제의 일환으로 옥수수 에탄올과 같은 바이오 연료를 가솔린에 혼합하도록 요구합니다. 전문가들은 이런 규제가 환경에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의문을 제기합니다. 이 정책의 실질적 목적은 농민들에게 혜택을 주는 데 있습니다. 그리고 바이든 대통령은 대중들의 지지를 받기 위해 경제적으로 침체한 지역 사회와 대학에 연방 정부의 지원금을 투입하고 싶어 합니다. 그러나 하이테크 기업들은 이미 경제적 기반과 인력을 갖춘 몇몇 도시나 일류 대학을 선호합니다.

미국은 1980년대 자국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일본산 D램의 수입을 제한했습니다. 그러나 D램은 호황과 불황의 경기 순환으로 손해를 보는 경기 민감재가 됐습니다. 그 결과 정부의 의도와 달리 D램 생산업체들이 대부분 미국을 떠나 해외로 옮겼습니다.

워너 의원은 이런 전례를 잘 알고 있습니다. 버지니아 주지사였던 워너 의원은 독일 반도체 기업인 인피니온 테크놀로지(Infineon Technologies AG)의 버지니아 리치먼드 공장에 정부 자금을 지원하도록 지시했습니다. 하지만 2009년 반도체의 글로벌 과잉 공급으로 반도체 가격이 급락했고, 인피니온에서 분할한 메모리반도체 기업인 키몬다(Qimonda)가 파산하면서 1천 명 넘는 노동자가 일하던 리치먼드 공장을 폐쇄했습니다.

워너 의원은 과거 경험을 바탕으로 미국의 반도체 보조금이 정치적 간섭 없이 명확하고 엄격한 절차를 거쳐 경제적 논리에 따라 배분돼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나 동시에 이렇게 말했습니다. “정확한 결정을 내리는 평가 위원들을 선정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기술이 어떤 방향으로 발전할지 예측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따라서 2021년에 합당하게 내려진 결정이라도 5년 뒤에는 기술의 변화에 따라 매우 잘못된 결정으로 보일 수 있습니다.”

이어 워너 의원은 미국 정부가 선택할 수 있는 여지가 별로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저는 정치인이 되기 전에 벤처 투자자였습니다. 정부의 지원이 없다면 반도체 생산 공장은 미국이 아니라 중국으로 갈 것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 정부는 결과를 100% 자신할 수 없더라도 베팅할 수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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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ven Han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