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신간도서] 아직 자라지 않은 아이가 많았다- 정선희 시집 (상상인시선)

아직 자라지 않은 아이가 많았다- 정선희 시집 (상상인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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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시가 가진 미학적 긴장은 내면적 균열을 갖게 한 기억과 삶의 통증 사이에서 흔들리는 신산한 마음이 털어놓는 고적한 독백을 통해 이루어진다. 그의 시를 따라가노라면 오늘날 새로움의 강박에 취해 서정시가 놓쳐버린 아름답고 슬픈 감각들을 새삼 떠올리게 된다. 작고 불완전하며 평범한 대상들로부터 가볍지 않은 의미, 삶의 원형을 상기시키는 경건함과 숭고함을 발견하는 정선희 시인의 시선에서 서정을 뛰어넘는 원숙함이 느껴진다.
_ 신상조(문학평론가) 해설 중에서


저자 약력
정선희
2012년 『문학과의식』,
2013년 『강원일보』 신춘문예 당선
시집 『푸른 빛이 걸어왔다』
[email protected]


시인의 말

그래서 이제 말하려 해
심장까지 다다르는 동안 사라지지 않는 시간이
어떤 너이며
어떻게 눈물인지


2020년 가을, 정선희



시집 속의 시 한 편

울음의 안감

너무 일찍 알아버렸다
설익어 목소리가 갈라지는 울음이 있고, 색을 덧발라

속이 안 보이는 울음이 있고, 물기가 가득해서 수채화처
럼 번지는 울음이 있다는 것을

어른이 우는 모습을 본 아이는 속으로 자란다
그날 호주머니의 구멍 난 안감처럼
울음은 움켜쥔 손아귀에서 허무하다는 걸 알아버린다
그 후 내가 만난 모든 울음은
그날 밤에 바느질된 듯 흐느끼며 이어져 있다
실밥을 당기면 주르륵 쏟아질 그날의 목록들

외할아버지 장례를 치르고

다섯 여자가 모여 앉아
울음 같은 모닥불에 사연 하나씩 쬐고 있었다
할아버지는 모두에게 다른 사람, 몰랐던 사람이었다

관계란 아름답지 않은 한 줄 문장 같은 것을 붙잡고
있는 것

울음은 죽은 이에게 가지 않고 자신을 적시다 얼룩질텐데
죽음을 당겨 울음의 안감으로 쓰는 거라 이해했다

그날 가장 서럽게 흐느끼던 안감, 어머니를 보며
나의 습습해진 어딘가를 쓸어본다



차례

1부
울음의 목록 _ 019
삼각형 식탁 _ 020
흐르는 꽃 _ 022
어른아이 _ 023
난센스 _ 024
울지 않는 법을 배우고 있습니다 _ 025
저, 붓다 _ 026
개꿈 _ 028
그러나 미로 _ 030
달을 뽑았다 _ 031
낯익은 목소리 _ 032
포물선을 엿보다 _ 034
수화로 워터마크를 말할 때 _ 035


2부
탑이 되는 것들 _ 039
울음의 안감 _ 040
어항을 버렸을 뿐입니다 _ 042
안개의 취향 _ 044
빈집 _ 046
개별꽃 _ 047
구석의 완성 _ 048
그라는 슬픔, 슬픔이라는 방, 한 칸의 나 _ 049
대척지 가는 길 _ 050
정은경 씨 _ 052
교차로에서 _ 053
틈의 발견 _ 054
은하수에 있는 나의 오두막 _ 055
모자이크 _ 056


3부
멍 _ 061
기억에는 라일락이 핀다 _ 062
은하의 생일은 _ 064
ㅋㅋ와 ㅎㅎ _ 065
단디 _ 066
나의 노래는 _ 068
백회 _ 069
체기라는 슬픔 _ 070
얼치기냉면역 _ 072
간판의 세계 _ 074
아직 4월 _ 076
마법사 루시 _ 077
요가하는 남자 _ 078
토르소의 외출 _ 080


4부
나는 보수중이다 _ 085
환상통 _ 086
그러므로 스카프 _ 087
노근리 혹은 녹은리 _ 088
간결한 자세 _ 089
관상론 _ 090
엄마의 버스킹 _ 091
우리들의 인당 _ 092
고맙다는 말 _ 094
자발적 놀이 _ 095
자작나무 환월 _ 096
이사 _ 098
황새가위 _ 099
명랑한 계단 _ 100

해설 _ 신상조(문학평론가)
세 번째 아이를 기다리며 부르는 노래 _ 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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