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신간도서] 목련 봉오리로 쓰다-변종태 시집 (시작시인선)

목련 봉오리로 쓰다- 변종태 시집 (시작시인선)

책소개

변종태 시인의 시집 『목련 봉오리로 쓰다』가 시작시인선 0354번으로 출간되었다. 시인은 1963년 제주 출생으로 1990년 『다층』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하였으며, 시집으로 『멕시코 행 열차는 어디서 타지』 『니체와 함께 간 선술집에서』 『안티를 위하여』 『미친 닭을 위한 변명』이 있다.

시집 『목련 봉오리로 쓰다』에는 일상의 소소한 풍경들이 자주 등장하지만 그 기저에는 도저한 슬픔의 정서가 자리잡고 있다. 시인의 시 쓰기는 죽은 이들을, 그리고 삶의 강렬했던 순간들을 기억하고 잘 떠나보내고자 하는 애도의 한 형식으로 볼 수 있다. 그의 시편들은 감정과 언어를 철저하게 통어統御하는 가운데 결코 지나치지 않는 애이불상哀而不傷의 미덕을 견지하고 있다. 이때, 슬픔의 감각은 타자의 고통과 연대하고 있기에 더욱 유의미하다.

해설을 쓴 차성환 시인은 이번 시집에 대하여 “시집 전체에 감지되는 슬픔의 정서는 아마도 시인이 생래적으로 타고난, 사라지는 것들에 대한 예민한 감각에서 비롯된 것”이며, 애도를 수행함에 있어, “역사적 참상만 다루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일상에서 겪을 수 있는 죽음에 대해서도 조심스럽게 다가간다”라고 평했다. 이처럼 시인은 가깝게는 아버지의 죽음을 애도하고 슬퍼하며, 나아가서는 제주 4·3 사건과 4·16 세월호 참사와 같이, 역사에 지울 수 없는 상처 앞에 고통스러워하며 공적인 애도를 수행한다. 또한 개인의 기억과 집단 기억을 아우르며 그것들을 끊임없이 현실에서 환기함으로써 시인의 윤리를 지켜나간다. 요컨대 이번 시집은 이미 사라져버린 이들이 못다 이룬 생을 눈부시게 살아내며 그 일상을 시로 기록하는 시인의 실존적 고백록인 동시에, 죽은 이들을 그리워하며 그들의 영혼을 달래는 애잔한 비가悲歌라 할 수 있다. 자신의 아픔을 내세우지 않고 타자의 목소리를 빌려 그들의 언어를 시의 공간에 풀어 놓는 시 쓰기는 우리에게 큰 감동과 울림을 선사한다.

시인 약력


저자 : 변종태
1963년 제주 출생.
제주대학교 박사과정 수료.
1990년 『다층』으로 작품 활동 시작.
시집 『멕시코 행 열차는 어디서 타지』 『니체와 함께 간 선술집에서』 『안티를 위하여』 『미친 닭을 위한 변명』 출간.
현 계간문예 『다층』 편집주간.


목차

시인의 말

십 년 동안 흘러간 문장들이
섬 하나 만들지 못하고
저물녘 앞바다 노을로 잘름거린다.

집으로 돌아온 문장들을
어르고 달래 다시 날려 보낸다.

2020년 가을

제1부 지느러미의 시간

자울락거리다 13
하늘공원 야고 14
툭, 15
푸른 지느러미를 매다 16
지금은 전화를 받을 수 없습니다 18
푸른 낙엽의 역사를 읽다 19
긴호랑거미 씨의 재택근무 20
그 여름의 흔적 21
가화假花 22
사월, 그 나무 24
상상금지 25
너라는 노숙 26
엑스트라를 위하여 27
애기똥풀에게 전화 걸다 28
우울한 해도海圖 29
국수라는 말에는 수국이 핀다 30
배꼽에서 잠들다 31
가지와 가지 32

제2부 잘못 내린 정류장

윈드시어 경보 35
저쪽에 내리는 비에 젖다 36
봄은 조울증으로 온다 38
개기일식 39
현장부재증명 40
24시뼈감탕집 41
나를 팔다 42
괄호의 시간 43
우 44
이것이 무엇인가 45
花르륵 46
목련 봉오리로 쓰다 48
바람의 유적 51
초록섬 52
쌍계상사雙磎相思 53
노을의 연인들 54
시분할時分割 56
벚꽃 아버지 57

제3부 허공의 피아노

의자라는 무릎에 앉아 61
오! 십 대 62
헌 구두 한 짝 63
수평선에 걸린 꽃잎 64
계단을 오를 때 65
밥 66
물고기의 호흡법 67
한 잎의 운명 68
열두 시, 그대 69
비교적, 여름 70
개미를 읽다 71
매일 배달되는 아침 72
납작 73
꽃의 스텝을 밟다 74
인터체인지 75
어둠에게 76
그림자 사냥 77
호두나무의 생리낙과生理落果와 보이지 않는 힘의 상관성에 대한 소묘素描 78

제4부 도돌이표 무한 반복

버려지는 바깥 81
나무가 자란다 82
죽은 바다를 묻다 84
에곤 실레, 혹은 대합실 85
팽, 나무 86
달빛 담론 87
은행나무 아래서 88
섬사람의 편지 90
솜뭉치를 읽다 91
지지배배 뉴스 92
새는 화분처럼 조잘거리고 93
마트료시카 94
별빛 소곡素曲 95
충고 96
담뱃갑 위의 목캔디 97
이것은 파이프가 아니다 98
클림트 속에서 101
애월涯月 바닷가 102

해설
차성환 조등弔燈처럼 피어나는 꽃 103



시집 속의 시 한 편

하늘공원 야고

난지도 새 이름 하늘공원에
만발한 억새풀 사이 걷다 듣는다.
귀에 익은 종소리, 물 건너 제주에서 듣던 그 종소리,
바람 불 때마다 딱 한 번만 들려주는 소리,
무자년 분홍 종소리 여기서 듣는다.
부끄럼에 상기한 볼, 아니란다.
억새 뿌리에 몸을 감춘 채
살아야, 살아남아야 했던 이유 있었단다.
잎사귀 같은 남편 산으로 가 소식 끊기고
돌배기 딸년의 울음소리 데리고 찾아 나선 길,
어디서 시커먼 그림자 서넛이
휘릭 바람을 타고 지나칠 때
아이의 울음 그러 막으며 억새밭에 납작 엎드린 목숨,
이제나저제나 수군거리는 소리 잦아들까.
틀어막은 입에서 새던 가느란 숨소리마저 잦아들고
붉게 상기한 볼, 딸아이 가슴을 텅텅 치며
목 놓아 부르던 딸아이 이름,
야고야 야고 야고.
핏빛 물든 억새 밑동에 몰래 묻어야 했던 분홍 종소리,
오늘 여기서 듣는다.
서울 복판 하늘공원 발그레 울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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