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셔츠 두 번째 단추를 끼울 때- 심은섭 시집 (상상인 시선 18)

Y셔츠 두 번째 단추를 끼울 때-



심은섭 시집 (상상인 시선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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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은섭의 시집 속의 시는 인간의 희로애락의 진경을 풀어낸 핍진성의 본질이다. 즉 평서문의 단순한 어휘 나열이 아닌 개연성을 필요조건으로 삼는 의미를 함축하는 이미지의 시도이다. 이것은 시를 소비하는 자들에게 스스로 상상을 확장시킬 수 있는 쾌락을 제공하는 계기이며, 신선하고 산뜻한 비유의 위치에 서 있게 한다. 또 이 시집은 정면을 비켜가려는 진실에 대한 저항이며, 낮은 자들의 미세한 울음마저 무릎 꿇고 받아낸 흔적의 군락지이다. 다시 말해 쇠똥을 맛있는 경단으로 빚어낼 줄 아는 언어 장인의 모습, 그 자체이다.
_유안진(시인·대한민국예술원 회원·한국시인협회 고문)


이 시집 속에는 체계적 사유의 불가능을 인식한 시인이 가로막힌 터널에 던지는 입자들로 반짝인다. 벚꽃을 빼닮은 지명수배자 1호는 2호를 찾아 존재했거나 존재할 것에 편입되어 다른 메타포의 애인을 빛처럼 따라간다. 지명수배자 2호인 산란의 기억은 3호가 되어 “늑골을 조이던 귀뚜라미”로 “나사못처럼 풀어지며” 심장 속에서 “서럽게 운다” 이 연작은 시집 밖으로의 강렬한 지향성을 가졌다. 특히 5호의 “은하계의 섹스파티”가 “살을 튕기는 밤이 되면” 같이 “한 개의 별”이 되는 「Good Bye, L」이 보인 혼돈의 절정은 모든 것을 별빛으로 소외시킨다. 심은섭 시인은 신진대사와 외부 현상의 비대칭적 동시성을 장악한다. 모든 시편에 지명수배자 시인이 암호화되어 있다. “사월의 옆구리를 꾸~욱 눌러보았다/겨울을 염하던 연둣빛 손들이 와락 쏟아”(「사월경전」)짐은 통절한 연둣빛 출혈이다. 다시 “터진 슬픔을 꿰매는 상처의 바늘이다”
_고형렬(시인)


저자 약력
심은섭

2004년 『심상』 등단
2006년 『경인일보』 신춘문예 시부문 당선

2008년 『시와세계』 문학평론 당선

시집 『K과장이 노량진으로 간 까닭』

『Y셔츠 두 번째 단추를 끼울 때』

평론집 『한국현대시의 표정과 불온성』 『상상력과 로컬시학』

공저 『달빛물결』 『강릉문학사』 『강릉을 사랑한 어촌 심언광』

편저 『당신이 만약 내게 문을 열어주신다면』

2006년 제1회 5·18문학상, 2006년 제1회 강릉정심문학상, 2009년 제7회 강원문학작가상,
2013년 제6회 세종문화예술대상, 2018년 제60회 강원도문화상(문학부문) 등 수상

제1회 상상인 시집창작지원금 수혜, 문학박사

현)가톨릭관동대학교 교수로 재직.



시인의 말



밤의 부정을
일러주신 아버지와
한낮에 긍정을 일깨워주신 어머님께
이 책을 바친다.



2021. 봄

심은섭




시집 속의 시 한 편


늙은 바람의 문법

앳된 문장이 늙은 바람의 문법을 숭배하며 짧은 평서문으로 자랐다 그 문법은 통사규칙을 어기지 말 것을 수시로 타전해 왔다 주어가 생략된 의식으로 불규칙한 담장 밖 풍문과 동행하지 말 것을 주문하며 문장의 늑골을 더욱 조였다.

그럴수록 문장은 영혼의 목록에서 사라진 뼈다귀를 핥으며 살았다 때론 뒷골목 불나방의 비문을 새기는 석공이기도 했다 세월의 단락이 바뀌어도 손금의 한가운데로 정신이 컴컴한 헛간의 어휘와 총에 맞은 새의 머리들과 악수를 나누었다.

문법은 무명의 시간들을 따라 묘혈에 누웠다 슬픔의 독침이 문장의 혈관 속으로 퍼지고, 언어들은 일제히 경련을 일으켰다 굿당을 태워버린 무녀처럼 문장은 포효했다 문법이 없는 대궐보다 문법이 있는 옥탑방 아랫목이 더 따스했다.


차례


1부 백일홍나무 아래에서의 고백

늙은 바람의 문법 _ 019

통돼지 바비큐 _ 020

머드비누 _ 021

잉여인간 _ 022

Good Bye, L _ 024

에곤 실레의 드로잉 _ 026

지명수배자 제1호 _ 027

지명수배자 제2호 _ 028

지명수배자 제3호 _ 029

지명수배자 제4호 _ 030

지명수배자 제5호 _ 031

지명수배자 제6호 _ 032

반인泮人 _ 034

반구대 암각화 _ 036

백일홍나무 아래에서의 고백 _ 038








2부 나는 열애 중입니다


아내 _ 043
능소화개론 _ 044
Y셔츠 두 번째 단추를 끼울 때 _ 045
할망의 신흥종교 _ 046
실업보험금 수혜가 끝난 J씨의 인터뷰 _ 048
실험용 쥐 _ 049
몽환의 기우 _ 050
사월 포고령 _ 051
겨울산 _ 052
수상한 여름 _ 054
수면내시경 _ 055
트로트 1 _ 056
트로트 2 _ 057
사월이 불러온 총잡이 _ 058
나는 열애 중입니다 _ 060



3부 가문비나무엔 허파가 없다



능금의 조건 _ 065
21C의 자화상 _ 066
가문비나무엔 허파가 없다 _ 067
단단한 눈물2 _ 068
앉은뱅이 호박꽃 _ 070
7번 국도 _ 071
무용총 _ 072
레몬향의 김 여사 이력서 _ 074
뭉게구름의 기원 _ 075
경주김씨 달안의 딸 _ 076
벽화의 망명 내력 _ 078
‘비’에 사람들이 젖다 3 _ 080
‘비’에 사람들이 젖다 4 _ 081
시간은 「죽음학」의 강사다 _ 082
사월경전 _ 084



4부 저무는 것도 빛이 있다



52동 6인실 _ 089

아줌마부대 _ 090

드라이플라워 _ 091

호박꽃 _ 092

벽오동 _ 093

흑장미의 이중생활 _ 094

아버지의 여자 _ 095

타워크레인 _ 096

저무는 것도 빛이 있다 _ 098

콩팥세일 _ 099

어느새 _ 100

양파의 복음 _ 101

우연히 슬픔이 하역되는 밤 _ 102

시간의 얼굴 1 _ 103

시간의 얼굴 2 _ 104

스카프의 회고록 _ 106





해설 _ 유성호(문학평론가, 한양대학교 국문과 교수) 109

삶의 페이소스를 통해 발화하는 역설적 성찰의 언어 ― 심은섭의 시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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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naging Editor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