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신간도서] 검정사과농장-한혜영 시집 (상상인)

검정사과농장-한혜영 시집(상상인)


추천글


시 「피는 꽃」에 따르면 꽃은 생살과 같은 꽃 이파리를 찢으며 피어난다. 시인은 그렇게 “모두는 스스로를 찢어” 꽃을 얻는다고 한다. 미아로 살아가는 우리는 죽음이 주는 두려움 속에서 메스를 빌려서라도 자신의 생살을 찢으며 사랑을 얻으려고 한다. 그렇다면 시인은? 시인에게 꽃은 시다. 그 시는 사랑이기도 한 것이다. 시인에게 ‘사랑-시’는 “너덜너덜하게 해”질 정도로 자신의 생살을 찢으며 이루어진다. 한혜영 시인 역시 “천 갈래 만 갈래 나를 찢어서/시를 얻고 사랑을 얻었던” 것, 그 산물이 바로 이 시집이다.

- 이성혁(문학평론가)

시인은 바람의 말에 의탁하는 것이 아니라 하늘 너머의 죽음으로 다가가며 타오르고 있는 석양 속의 “그을린 눈과 귀를 건져 올리”면서, “천상에 닿”을 수 있는 “높은 다짐의 사다리를 세”우고자 한다. 이 석양의 불속에서 시인은 새로운 이미지를 발견하고 말을 들으며 시라는 사다리를 만들어가려고 하는 것이다. 이는 타오르며 사라지고 있는 어떤 세계에 대해 새로운 사랑을 하리라는 다짐의 표현이기도 하다. 이렇듯 한혜영 시인은 노을의 세계 앞에서, 새로운 사랑의 기대로 설레는 마음을 가지고, 뜨거운 시를 쓰기 시작할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이다.

- 이성혁(문학평론가) 해설 부분에서



저자 약력

한혜영
충남 서산 출생
1994년 『현대시학』 추천
1996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당선
1998년 계몽아동문학상, 소년소설 당선
시집 『태평양을 다리는 세탁소』
『뱀 잡는 여자』 『올랜도 간다』
동시집 『개미도 파출소가 필요해』 등 동화 다수
미주문학상, 동주해외작가상 수상

이메일: [email protected]



시인의 말

생은 여전히 치열한데

역동작에 걸린 골키퍼처럼
골대 안으로 서서히
빨려 들어가는 시간을
멀뚱멀뚱 지켜보기만 한다.

이런 난감,
이런 속수무책의 기록이라니…

계절이 깊다!

2020년 11월
한혜영


시집 속의 시 한 편

검정사과농장


거짓말이라는 매우 나쁜 전염병이 한바탕 농장을 휩쓸고 갔다 농장주인은 뼈대가 드러나고 등이 굽은 기형의 사과나무 아래 죽은 새들을 끌어다 묻었고

가벼운 농담처럼
꼬리와 날개가 파닥거리는 거짓말들이 주렁주렁 매달렸다

농장주인은 콧노래를 부르며 [검정사과농장]이라는 간판을 당당하게 내걸었고 자석 같은 호기심에 큰손들이 꾸역꾸역 모여들었다
질서 유지를 강조한 농장주인은 꼬리와 날개를 떼어낸, 둥글게 잘 다듬어진 거짓말을 의기양양하게 건네주었고 큰손들은 생전 처음 보는 검정사과라며 흥분을 했다

이미지처럼 속이기 쉬운 것도 없는 법이지
농장주인은 우아하게 생긴 고양이 이미지 십여 마리를 슬쩍 풀어놓았고 이것으로 거짓말 농장의 아름다움은 극대화되었다

거짓말 장사가 대박을 치자 농장주인은 죽은 박쥐나 두더지를 가지고 오는 자들과도 암암리에 거래를 하고 있었는데,
공급이 끊기게 되자 획기적인 상품으로 자신의 목을 사과나무에 매달았다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유일한 거짓말이었다



차례


1부
회전문 _ 019
불씨를 먹는 새 _ 020
검정사과농장 _ 022
위험한 패션 _ 024
구름 스테이크를 굽는 시간 _ 026
수를 읽다 _ 028
아기공장에 대한 의심 _ 030
위험을 평정하다 _ 032
억울한 곰 _ 034
검정염소 _ 036
목련을 포렌식하다 _ 038
과거지향적인 _ 040
나름 평등주의자 _ 042
구름나라 _ 044
바람에게 귀를 바치다 _ 046



2부
신도 어쩌지 못하는 _ 051
거대한 밥 _ 052
피는 꽃 _ 054
M을 걱정하다 _ 056
가오리가 다녀가셨다 –허리케인, 도리언 _ 058
층층나무 _ 060
개미, 장엄하게 죽다 _ 062
그리운 우울 _ 064
유목민이 돌아오다 _ 066
노을을 배울 때 _ 068
파란破卵 _ 070
묻지 못하는 안부 _ 072
사냥총 가게 _ 074
위대한 배꾼 _ 076
폐허를 재생하다 _ 078



3부
앞다리가 짧은 토끼 _ 083
동물원에서 아버지를 만나다 _ 084
새에게서 부리를 얻다 _ 086
빈 화분 _ 088
중심을 잃고 생각하네 _ 090
어머니와 나비 _ 092
총을 훔친 적이 있다 _ 094
깨진 기와 _ 096
당신의 등 _ 098
곤란한 질문 _ 100
마음 관리 _ 102
아버지라는 극장 _ 104
조립이 불가능한 시간 _ 106
바늘쌈이지거나 고슴도치이거나 _ 108
특별한 부탁 _ 110



4부
겨울 정원 _ 115
지독한 사랑 _ 116
박사의 죽음 _ 118
무두질 _ 120
최악의 혼수품 _ 122
가방을 든 남자 _ 124
고정관념 _ 126
죽음 동호회 _ 128
끈 떨어진다는 거 _ 130
지붕을 얹던 수탉의 부고 _ 132
핸드폰 시대 _ 134
수영하는 노파 _ 136
베개 _ 138
미아들 _ 139
영안실 동물 _ 140

해설 _ 이성혁(문학평론가) _ 143
시간 앞에 도착한 미아






http://www.newyorkkorea.net

<Copyright © US BUSINESS NEWS TV, Unauthorized reproduction and redistribution prohibited>

Managing Editor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