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다시 열기 전에 눈여겨봐야 할 지표: 코로나19 검사 확진율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이제 전 세계 그 어떤 나라보다도 더 많이 코로나19 검사를 했다는 사실을 자랑스레 말합니다. 그런데 단지 검사를 많이 하면 무조건 좋은 걸까요? 검사의 양보다 질이 중요한 이유를 설명한 복스(Vox)의 영상을 소개합니다.
지난 23일에 나온 영상 속에서는 한국이 바이러스를 효과적으로 추적, 관리, 통제하는 데 성공한 것으로 나오지만, 최근 방역망에 허점이 생긴 것으로 보이는 징후가 나타나고 있어 철저한 재평가가 필요해 보입니다. 재평가의 기준과 원칙으로 삼을 만한 점들이 이 영상에서 꼽는 성공 비결에 담겨 있습니다.
1월 20일. 한국과 미국에서 코로나19 첫 확진자가 나온 날은 같습니다. 그러나 두 나라의 대응은 이때부터 판이하게 달랐죠. 한국은 선제적으로 공격적인 코로나19 검사를 실시합니다.
초반에 인구 1천 명당 코로나19 검사 횟수를 보면 한국이 전 세계에서 가장 높습니다. 전문가들들은 바이러스를 효과적으로 추적하고 통제하기 위해 “더 많은 검사, 더 선제적인 검사”를 이야기하는데, 한국이 초기에 이 원칙을 잘 지킨 겁니다. 그 결과 한국은 극단적인 봉쇄 조치 없이도 바이러스 확산을 억제하고, 사회적 거리두기를 완화하고 경제활동을 단계적으로 재개했습니다.
반면 초반에 적극적으로 많은 검사를 시행하지 못했던 미국은 3월 말부터 검사 횟수를 늘리기 시작해 4월 중순에는 (인구 1천 명당 코로나19 검사 횟수에서) 한국을 따라잡습니다. 5월 중순을 기점으로 미국 전체 인구의 3%가 코로나19 검사를 받았죠. 미국에서도 경제를 다시 여는 주들이 서서히 나오고 있습니다. 그런데 여전히 경제를 재개하기 이르다고 지적하는 목소리가 있습니다. 단지 몇 명을 검사했느냐보다 필요한 사람을 제대로 가려내 검사를 했느냐가 더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한국의 상황, 특히 초기 대응을 한 번 재구성해보죠. 한국은 초기에 적극적으로 코로나19 검사를 시행해 바이러스에 걸린 사람을 가려냈고, 그 사람의 동선을 파악해 확진자와 접촉한 사람들을 선별했습니다. 그리고 동선이 겹친 사람들을 위주로 집중적으로 검사를 했죠. 초기에 이 절차를 밟지 않고 경제를 열어두면 (특히 코로나19처럼 전염력이 높은 바이러스의 경우) 지역 내 감염이 폭발하는 걸 막을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한 나라가 실시한 코로나19 검사가 검사해야 할 사람을 제대로 가려내서 한 것인지, 즉 검사의 질을 가늠하는 데 도움이 될 만한 지표가 있을까요? 한 가지 생각해볼 수 있는 자료가 바로 전체 검사 대비 확진율(test positivity rate)입니다. 전체 코로나19 검사를 받은 사람 가운데 몇 퍼센트나 확진자로 판명됐느냐를 따지는 겁니다.
이 숫자는 그 나라의 코로나19 확진자가 몇 명인지, 사망자가 몇 명인지는 알려주지 않습니다. 그러나 검사의 질을 따져보기에는 좋은 자료가 될 수 있습니다. 세계보건기구(WHO)의 마이클 라이언 사무차장은 “코로나19 검사 결과 음성(negative)이 양성(positive)보다 10배 이상 많은 상황이 이상적”이라고 말했습니다. 전체 검사 대비 확진율은 10%보다 낮아야 좋다는 말이죠. 그렇다면 해당 비율이 10%보다 높은 미국(13%), 멕시코(28%)는 검사를 제대로 못 했다는 뜻이고, 반대로 그보다 낮은 덴마크(2.8%), 한국(1.5%)은 잘했다는 뜻입니다. 무슨 말일까요?
특히 코로나19 초기에 검사 키트가 부족해 적극적으로 검사를 하지 못했던 미국의 상황을 기억하고, 당시 CDC(질병통제예방센터)의 검사 지침을 떠올려보면 이해가 될 겁니다. 미국에서는 확실한 코로나19 의심 증상을 보이는 사람만 검사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우리 모두 알다시피 가벼운 감기가 잠깐 지나가는 듯한 사람 중에도, 아예 아무런 증상이 없던 사람 중에도 코로나19 바이러스를 가지고 옮기고 다닌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그런 사람들은 검사를 받으려고 해도 받을 수 없었거나, 아예 검사를 받아야겠다는 생각도 하지 못했을 수 있습니다. 이렇게 소극적으로 확실한 증상이 있는 사람만 검사하면 당연히 검사한 사람 가운데 확진자의 비율은 높겠죠.
반면 한국 같은 나라는 (특히 초기에) 적극적으로 대대적인 검사를 했습니다. 증상이 있든 없든 확진자와 동선이 겹치면 의무적으로 검사를 받아야 했거나 보건 당국이 검사를 적극적으로 독려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검사 결과가 음성으로 나온 사람도 많았지만, 그 가운데 있던 가벼운 증상만 앓거나 아예 증상이 없었는데도 코로나바이러스가 있어서 다른 사람에게 옮길 수 있는 확진자를 가려낼 수 있었습니다. 이들을 가려내고 격리했던 것이 지역 감염 폭발을 막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합니다.
미국 전체를 놓고 보면 전체 검사 대비 확진율이 조금씩 낮아지고 있습니다. (한때 18%에 육박했다가 이제 10%대 초반으로 낮아졌죠) 전반적으로 코로나19 검사를 좀 더 효과적으로 하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주별로 보면 여전히 그 수치가 매우 높은 주들이 있습니다. 이 주들은 경제를 섣불리 재개하는 계획을 다시 한번 생각해봐야 합니다.
아마도 지역 내에서 여전히 감염이 진행되고 있을 곳에서 어떻게 하면 바이러스 보균자와 환자를 가려낼 수 있을까요? 우선 전체 인구를 대상으로 무작위로 최대한 많은 검사를 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말 그대로 누구나 원하면 아무 때나, 몇 번이든 검사를 받을 수 있게 하는 겁니다. 이렇게 하면 무증상 감염자나 바이러스가 잠복기에 있는 사람들을 가려낼 수 있습니다. 다만 그렇게 하려면 매일 1천만 건의 검사를 시행할 수 있어야 합니다. 5월 초에 미국의 코로나19 검사 역량은 하루 26만 건이었습니다.
두 번째 방법은 적극적인 추적·관리입니다. 확진자가 나오면 그 사람의 지난 며칠간 동선을 파악해 그 사람과 접촉한 사람들을 가려내 검사를 하는 겁니다. 바이러스가 퍼져나갔을 경로를 추정해 그에 따라 환자를 찾아내고, 환자들을 바이러스에 노출되지 않은 사람과 떼어놓는 겁니다. 이때는 필요한 검사 역량은 하루 90만 건으로 무작위 검사보다는 낮습니다. 다만 데이터 관리 등에 있어 개인정보 보호에 관한 우려가 있죠.
만약 전체 검사 대비 확진율이 여전히 높은데, 위의 두 가지 대책(전수 검사에 가까운 무작위 검사 혹은 효과적인 추적·관리를 토대로 한 효과적인 검사) 중 하나도 준비하지 않은 채로 경제를 다시 연다면, 이는 제대로 된 안전장치 없이 무모한 도전을 감행하는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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